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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6

나는 어쩌다 농기계 정비공이 되었을까 ep10 - 기연 - 박기사님은 첫 출근부터 밀려있는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해나갔다. 기술적인 문제, 전기문제라던지, 유압 문제가 있는 트랙터에서는 좀 힘겨워 하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밀려있던 일들이 거의 하루, 이틀만에 모두 처리되어 출고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건 나도 굉장히 바빠졌다는 것이었다. "야~ 저기 공구함에서 연장 갖다가 F505 트랙터 앞바퀴 빼고 기름 세는거 오일실 좀 갈아봐" 처음이었다. 몇개월만에 내가 직접 연장을 들고 트랙터에 손을 대보는건. 갑작스런 박기사님의 요청에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기사들은 나에게 무엇을 고쳐보라고 한 적이 없었다. 끽 해봐야 연장 정리를 하라고 하거나 더러운 곳 청소를 하라고 했던 게 다였다. 못쓰는 부품이나 고물처리 하려고 버려둔 트랙터에 다가가서 원리가 어떠한가 쳐다볼라고.. 2022. 6. 30.
나는 어쩌다 농기계 정비공이 되었을까 ep9 - 스승 - 한동안 농기계센터가 난리가 났었다. 정비기사로 일하던 S기사가 아무말 없이 출근하지 않았는데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일거리는 잔뜩 들어와있는데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K기사 한명 뿐이었다. 게다가 K기사의 별명은 '뺀질이'었는데, 같이 일을 하다보면 슬그머니 사라지던 사람이라 들어와 있는 일이 처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할 일은 잔뜩 밀려있었고 농민아저씨들이 와서 빨리 수리해 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나는 꼭 득도한 것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다. 고기사가 옆에서 주는 핀잔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는 회사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정비공장 청소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니가 여기 꼬맹이냐" 눈을 들어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을 쳐다.. 2022. 6. 30.
나는 어쩌다 농기계 정비공이 되었을까 ep8 - 갈등 - 국제대리점에는 사장과 나 포함 총 5명이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 L부장, S기사, K기사, 그리고 나. 그리고 면접인듯 면접같은 면접을 봤을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였던 사장님.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생태농업전문과정 2년.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이곳, 대리점에서 느꼈다. 배움을 위해서, 우정을 쌓기 위해서, 감정의 교류를 위해서, 학문을 위해서 모인 곳이 아닌 개개인의 생존, 돈벌이를 위해 모인 이곳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차가운 사회였다. 출근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색하고 차가운 공기, 몇 달째 출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기계의 냄새. 익숙하지만 낯설고 무서운 S기사의 얼굴, 이름모를 농민 아저씨들의 얼굴. 내 농기계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 2022. 6. 30.
나는 어쩌다 농기계 정비공이 되었을까 ep7 - 말리는 시누이- 내 농기계 인생에 한획을 긋는 일을 얘기 하기 전에 S기사와 같이 있던 K기사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하고 지나가야겠다.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라는 말에 지극히 공감했던 때가 있다. S기사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 얼굴에 털이 덥수룩 하게 기른 K기사가 바로 그 시누이 역할이었다. 지금 얘기하면 뭔가 뒷담화 같아서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얌생이 같은 놈이었다. (물론 지금은 K기사님,S기사님 모두 오랜만에 보면 반갑기도 하고 나쁜감정은 전혀 없다) 이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비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기술을 혹시라도 내가 보고 배울까 전전긍긍하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젊은 놈이 옆에서 사진 찍고 기록하던 모습이 꼴보기 싫었는지 모르겠지만, S기사가 나를 ..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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