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농기계센터가 난리가 났었다.
정비기사로 일하던 S기사가 아무말 없이 출근하지 않았는데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일거리는 잔뜩 들어와있는데 일 할 수 있는 사람은 K기사 한명 뿐이었다.
게다가 K기사의 별명은 '뺀질이'었는데, 같이 일을 하다보면 슬그머니 사라지던 사람이라 들어와 있는 일이
처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할 일은 잔뜩 밀려있었고 농민아저씨들이 와서 빨리 수리해 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나는 꼭 득도한 것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다. 고기사가 옆에서 주는 핀잔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는 회사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정비공장 청소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니가 여기 꼬맹이냐"
눈을 들어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을 쳐다보았다.
깡마른 체형에 모자를 쓰고 주름은 있지만 광나는 피부를 가진 40대 중반 정도 되보이는 아저씨였다.
"야 임마 어차피 오일 떨어질 텐데 뭘 그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어"
그 아저씨는 나에게 미소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마음이 편안했고 신기했다.
농민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나한테 계속 말을 걸고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여기저기 더러운 게 많아서요.."
그 아저씨는 공장 주변을 여기저기 살피면서 공장에 일거리가 얼마나 있는지 살피는것 같아 보였다.
깡마른 체형이었지만 발걸음에 힘이 가득 차 있는 듯 보였고, 당당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청소를 갈무리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그 아저씨도 있었다.
L부장이 밥 먹으면서 얘기 했다.
"박기사님이 내일부터 같이 일할 거니까 열심히 해봐요"
박기사라고 불리던 그 아저씨는 이미 고기사와 이부장은 잘 아는 사람이었는지
서로를 내리까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너가 OO이냐, 잘해보자잉?"
박기사님이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나를 부르더니 말했다.
농기계 스승님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