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리점에는 사장과 나 포함 총 5명이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
L부장, S기사, K기사, 그리고 나. 그리고 면접인듯 면접같은 면접을 봤을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였던 사장님.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생태농업전문과정 2년.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이곳, 대리점에서 느꼈다.
배움을 위해서, 우정을 쌓기 위해서, 감정의 교류를 위해서, 학문을 위해서 모인 곳이 아닌
개개인의 생존, 돈벌이를 위해 모인 이곳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차가운 사회였다.
출근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색하고 차가운 공기, 몇 달째 출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기계의 냄새.
익숙하지만 낯설고 무서운 S기사의 얼굴, 이름모를 농민 아저씨들의 얼굴.
내 농기계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L부장은 S기사를 굉장히 싫어했다. S기사 또한 사사건건 간섭하는 L부장을 싫어했다.
어느 날은 영업만 하던 L부장이 농기계 정비공장으로 와서 S기사가 하던 일에 심하게 간섭을 하며
핀잔을 줬다.
그러자 그 S기사가 화가 났는지 서로 욕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어른들끼리 저렇게 심하게 욕을 하며 싸우는구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싸웠다.
이상했다. 심신이 지쳐있어서 내 얼굴 표정은 무표정 했을테지만, 마음 속은 환희로 가득찼다.
'혹시라도 저 둘이 싸워서 S기사가 여기를 나가면 어떨까?'
너무 설레였다. 그리고 한편으론 더 싸우기를 바랬다. 그 당시 나는 기독교인이었는데
기도도 했다. 제발 저 둘의 사이가 더 틀어져서 S기사가 나가게 해달라고
이런 생각이 나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매일 매일을 지옥으로 만들던 장본인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라는 상상만으로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다행인건 L부장이 영업도 잘하고 기계도 잘 팔다 보니 그 조그만 회사 내에서도 입김이 센 편이었다.
우리는 점심시간 마다 다같이 사무실에 모여서 밥을 시켜 먹었는데, 맨날 대화를 주도하던 S기사가
분노로 인해 조용해서 그런지 그 날은 모두가 조용히 밥만 먹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누군가 누구에게 말을 시키지도 않았다.
그날은 외롭지 않았다.
그 사람들끼리 얘기를 하고 나만 혼자일 때 외로움을 느끼지만
모두가 혼자일 때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밥을 먹고 졸음이 쏟아졌다.
공장 의자에 앉아 잠시 졸던 나에게 L부장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S똘 때문에 힘들지 않냐?'
'힘들죠'
3일 뒤 S기사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