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농기계 인생에 한획을 긋는 일을 얘기 하기 전에 S기사와 같이 있던 K기사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하고 지나가야겠다.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라는 말에 지극히 공감했던 때가 있다.
S기사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 얼굴에 털이 덥수룩 하게 기른 K기사가 바로 그 시누이 역할이었다.
지금 얘기하면 뭔가 뒷담화 같아서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얌생이 같은 놈이었다.
(물론 지금은 K기사님,S기사님 모두 오랜만에 보면 반갑기도 하고 나쁜감정은 전혀 없다)
이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비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기술을 혹시라도 내가 보고 배울까 전전긍긍하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젊은 놈이 옆에서 사진 찍고 기록하던 모습이 꼴보기 싫었는지 모르겠지만,
S기사가 나를 철저히 무시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 사람이 지랄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고 각자 할일만 하길래, 빗자루라도 들고 공장 주변을 청소하자
"야 임마, 너는 왜 일은 안하고 청소나 하고 자빠져있어!" 라고 조용히 옆에와서 조롱하듯 나에게 말했다.
'아니 시발 일거리를 주던가 같이 일을 하자고 해야 일을 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듣고 도와드릴거 있느냐 하고 물으니, 자기가 바닥에 흘려놓은 오일들 청소를 하라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기계 고치는 기술은 하나도 안보여주면서 자기가 싸놓은 똥만 닦으라는 식의 말들이
내 마음을 괴롭혔고, S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무서웠던 K기사에 대한 안좋은 감정만 쌓여갔다.
그렇게 나는 농기계센터에서 철저히 혼자였고,속은 검게 타들어 갔다.
과연 내가 처음 계획대로 기술을 배우고 나갈 수 있을까.. 대체복무기간을 잘 채워나갈수 있을까
무섭고 두려웠다. 내일은 또 무슨일이 일어날까
내일은 출근해서 누군가와 한마디라도 할 수 있을까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은 기술이 늘까.. 기계 한대라도 내가 직접 고쳐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