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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이야기/나는 어쩌다 농기계 정비공이 되었을까

나는 어쩌다 농기계 정비공이 되었을까 ep6 -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 -

by Tsuper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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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가 한계치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나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는데

산업기능요원TO가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 나니 정말 고민이됐다..

 

'이곳에서 내가 과연 3년 정도 되는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하루는 S기사에게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심하게 혼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은 참지 못하고 S기사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기사님. 혹시 저 싫어하세요? 왜 맨날 그렇게 화를 내면서 말을 하세요"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맨날 혼나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말이었다.

 

얘기를 들은 S기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가 임마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그렇지"

"아니, 제가 기사님처럼 몇십년을 일을 해온 것도 아니고, 일한지 한달 밖에 안됬는데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해요."

 

처음이었다. S기사에게 나의 기분을 표현했던건.

 

그러자 S기사의 얼굴 표정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묵묵히 정비공장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이후 S기사는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일도 시키지 않았고, 심지어 연장을 가져오란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가서 "도와드릴거 없어요?" 라고 말을 해도 짜증 섞인 표정으로 날 힐끗 쳐다볼 뿐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매일 매일이 지옥의 연속이었다. 화를 내던 것도 싫었지만, 나를 유령취급 하던 그 모습은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오기도 생겼다.

 

'내가 저런 사람한테 이렇게 당하는 건 기술이 없어서 그런거야'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내 기술력을 올리는 거야.'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든 정비기술을 빨리 습득하기 위해 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해서, 기사님들이 정비하는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아주 기초적인 것도 모두 기록을 했는데, 예를 들면 망치질 하는 방법, 연장 이름 등이었다.

 

농기계 정비를 처음 시작할때는 정말 모든게 처음이다보니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것들 조차

나에게는 큰 어려움이었고 부담이었다.

 

하지만 인생 처음으로 생존을 위해, 농기계 정비공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록을 하고 공부를 하다보니

마음속에 형용할 수 없는 내 자신에 대한 대견함? 같은게 생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송기사와의 관계가 호전된 것은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그에게 있어서 유령같은 존재였고, 일 못하는 말단 직원일 뿐이었다.

 

S기사와의 관계를 포기하고, 산업기능요원으로써 복무하기로 마음 먹었던 그 때,

내 농기계 인생의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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