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농기계센터 기사로 있을때의 일이다.
자주 놀러오던 아저씨가 하루는 퍼런색의 오래되어 보이는 기계를 끌고 왔다.
전에 끌고 왔던 트랙터가 아니라 특히 눈에 잘 띄었다.
"이거 왠 트랙터에요?"
나는 뜨거운 물에 맥심커피한봉을 타고 휘휘 저어 잘 섞어 아저씨에게 건내며 물었다.
"잉 이거? 중고로 샀는디, 유압이 안되네. 좀 봐줘"
아저씨는 커피를 받아들며 머쓱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트랙터 의자위로 올라가 앉아 시동을 틀고 유압 작동을 해봤다.
유압에 전혀 미동이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 쑥 둘러 보니 트랙터 상태는 개판이었다. 이곳저곳 덜 조여진 볼트라던지, 깨진 계기판 등
그닥 상품 값어치가 있어보이는 트랙터는 아니었다.
얼마 주고 샀냐고 물었다.
700만원을 주고 샀단다.
28마력. 동양 2840 모델이었는데, 굉장히 오래된 기계였고, 더군다나 상품화는 전혀 되있지 않은 기계였다.
느낌이 쎄~ 하던게 맞았다. 유압펌프 내부에 기어축이 파손되어 있었다.
원인은 생각없이 개조해둔 외부유압밸브 등이었다.
뭐... 길게 쓸 것도 없이 이것저것 교체하다보니 수리비는 100만원을 훌쩍넘겼고,
웃음기 있던 아저씨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그 다음부터는 우리 센터에 잘 오지도 않았다.
잘못구매한 기계 하나로 인해, 아저씨는 돈도 날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도 날리고,
이제는 기계를 고쳐주는 정비사들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날린다.
거기 들어간건 10만원의 공임 + 나머지 부품값이었다.
이 상황에서 잘못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 쓰레기 같은 트랙터를 판 판매자?
그런 쓰레기 같은 트랙터를 구매한 아저씨?
그걸 고쳐준 나?
잘못은 셋 모두에게 있다.
중고트랙터를 구매한다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트랙터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몇백만원짜리가 별거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몇백만원을 벌려고 해도 하우스 한동에서 일년 내도록 일해야 한다.
세상에는 사기꾼도 많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낯빛 하나 안바꾸고 거짓말 할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인터넷이든 인터넷 카페든 뒤져서 시세를 알아보고
기계를 보러갔을때 타서 이것저것 다 작동해보고, 사장과 계약할때 a/s는 확실히 가능한지 물어보고,
매매계약서에 해당 사항을 적어달라고 요청을 하고 해야한다.
최소한 이정도의 노력을 들여서 구매한 트랙터가 이상이 있어서 산곳에 요청을 했는데도
반응이 없다면 그땐 판매자에게 비판 어린 시선을 날려도 문제 없어 보인다.
문제는 저렇게 한번 당하고 나서는 "이세상의 모든 중고파는 새끼들은 사기꾼들이야" 라고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난 그런게 싫었다.
내 친구네 집은 중고농기계 장사를 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내 친구는
정성을 들여 트랙터를 상품화하는 작업을 한다.
트랙터의 흠을 숨기기 위해 도색을 하는게 아니라, 도색을 하고 났을때 새것처럼 변하는 그 모습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도색을 한다. 오히려 흠이 있으면 도색빨이 잘 안받는다고, 굳이 고치지 않아도 될 법한
누유를 하나하나 다 잡아가며 1~2주 동안 기계 한대를 도색한다.
농민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중고를 판매하는 판매자 입장도 이해가 되는 나는
서로 앙숙이 될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을 타파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게 트랙터 슈퍼다.
정비사로써 꽤 오랜시간을 일해왔으니, 모든 기계를 다 알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기계에 대한 눈은 있으니
내가 직접 중고 트랙터를 보고, 누유부분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각부의 작동이 정상적으로 되는지 확인을 한다.
모든것을 완벽하게 볼수는 없다. 당연하다. 하지만 최소한 자주 고장 나는 부위, 자주 누유 되는 부위라도 살펴보고,
기계의 기본 작동들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고장이 수십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그냥 요즘은 내가 굳이 이런걸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판매자에게는 이런부분이 고장 났으니 정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 라고 하니 욕먹고
구매예정자나 온라인 상에서는 "중고는 쓰레기이니 사지마라, 국산꺼는 다 븅신이다" 라고 욕먹고
내 나름대로는 질좋은 중고기계를 살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던 마음이
점점 ' 그냥 알아서들 하게 냅두자'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앞으로 1년정도는 추이를 지켜보며 운영을 계속 해 볼까 한다.
그래도 내 영상을 통해 도움을 받아서 고맙다 라는 식의 응원을 듣기도 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으니, 트랙터 슈퍼 채널이 도움이 되는 곳도 있으려니 한다.